LeChuck

2021.10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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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이 책은 정세랑 작가의 여행 에세이다. 기묘한 제목이 자아내는 호기심, 그리고 정세랑이라는 당대 최고의 작가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게 이 책을 구매한 근거가 되었던 것 같다. <검사내전>과 <판사유감>을 읽으며 다른 직업군의 애환, 고충, 경험 등을 간접체험 하는 것에 재미를 붙였던 시기라는 점도 분명 한 몫 했을테다.

생각외로 환경 보전과 같은 이야기는 메인이 아니었다. 작가의 여행기 속에서 다른 소소한 생각들에 묻어나오는 정도였다. 문외한으로썬 딱 좋았다.

책을 읽는 내내 편안하고 느긋했다. 문장이 깔끔해서 술술 읽혔고, 중간중간 피식하고 웃을 정도의 유머가 적절히 가미되어 있었다. 거기다 가끔씩 생각해봄직한 무거운 주제를 너무 무겁지만은 않게 툭툭 던져줘서 적당히 완급조절해가며 읽기 좋았다.

줄곧 관심이 있는 것은 미디어와 현실 사이의 되먹임 관계다. 시민으로 기능하는 남성들은 혐오의 시대에 남성을 대표하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미디어에서도 지나치게 다뤄지지 않는데, 되먹임이 쌓이면 그 점이 위험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왔다. 미디어에는 범죄자에 가까운 남성들의 이미지가 넘쳐난다.

여행한 공간이 늘어나고 또 늘어나면 정보를 건질 그물망이 촘촘해져서 책이 훨씬 재밌어지는 게 아닐지, 그렇다면 지금껏 놓친 정보는 또 얼마나 많을지, 종종 허술하게 흘려보냈을 빤작임들을 안타까워한다.

나는 LINE 개발자입니다

이 책 또한 직업인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보고싶다는 갈망의 연장선이었던 것 같다.

LINE의 기업문화가 참으로 합당하고 민주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기업의 성장을 고민하는 경영자라면 다른 그 무엇보다도 먼저 기업문화를 잘 조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 팀은 누가 코드를 짜든 서로 리뷰를 받는다(...) 사소하고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인는 문제에도 서로 부담 없이 코멘트를 달 수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코드 리뷰가 정착되지 않은 팀이었다면, 사소한 문제를 '트집 잡는다'고 생각하며 서로 기분만 상했을 테다.

실력자가 많은 우리 팀 이지만, 무조건 이게 좋으니 따르라 식으로 '가르침'을 내세우는 사람은 없다. 각자의 논리와 관찰을 맞대어보고 최선의 길을 결정해서 같이 가보자 하는 마음가짐을 팀이 공유한다. "그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는 말을, 나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어처구니없는 코딩 오류로 인해 시스템 장애를 발생시킨 적이 있었다.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어이없는 코딩 오류였기에 스스로도 많이 속상했고 '이 실수는 혼나도 할 말이 없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나에게 한 팀원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장애는 태호 님 때문에 발생했다기보다는 간단한 코딩 오류인데도 코드 리뷰에서 발견해내지 못한 제 잘못이네요."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예쁜 표지가 눈길을 끌었다. 책을 집어들고 첫 장을 펼쳐서 두 문단을 읽었는데 두 번 피식했다. 이는 굉장한 타율이어서 나중에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대체로 재밌게 읽었으나 책의 구성이 아쉬웠다. '가슴속에 울분이 차오를 때' 읽을 만한 책이라는 챕터 하나를 두고 해당 챕터에 어울릴법한 고전 두 어개를 소개하는 형식인데, 챕터명과 책의 연관성이 조금은 흐릿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다 읽고나서 목차를 보았을 때 선명하게 기억나는 챕터가 몇 없었다. 이쯤되면 내 기억력의 문제일수도 있지만 목차를 좀 더 세분화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방인>의 결말을 해석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저자의 생각엔 공감이 잘 안됐다. <카탈로니아 찬가>,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필경사 바틀비>, <야간비행>을 읽고 싶어졌다.

열여섯 살 소녀는 UN에서 세계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호소하며 울분을 토했다는데, 어째서 나의 울분은 이토록 사사롭고 소소하며 일상적인가. 해결하고 싶은 인생 과제 중 하나가 내 울분의 지독한 개인성이라는 게 진심으로 분하다.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은 그들이 '비결'을 구했다는 데 있다. '왜'가 아니라 '어떻게'를, 이유가 아니라 방법을, 원인이 아니라 대책을 궁금해 하는 자세. 그 작은 습관이 결과의 막대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왜 힘들까 자문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원인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믿으면 이유를 몰라도 행동할 수 있다.

이 책(카탈로니아 찬가)에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실패가 담겨 있다. 그렇지만 작가 오웰은 존경심을 자아내는 유머로, 굳건하게 희망의 근거를 제시한다. "다행히 이곳은 독일이 아니라 스페인"이고 "스페인을 지배하는 것은 마냐냐(내일 아침, 나중에) 정신"이므로, "이곳에서는 독일이나 이탈리아의 파시즘보다는 더 인간적이고 비능률적인 파시즘이 될 것이다."